[도서/소설] 바깥은 여름 (w.김애란)
줄거리
단편집 7개
- 입동 _007
- 노찬성과 에반 _039
- 건너편 _083
- 침묵의 미래 _121
- 풍경의 쓸모 _147
- 가리는 손 _185
-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_223
감상평
바깥의 여름은 여름 중에서도 눅눅한 여름같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무기력해져서 땅바닥에 누워 있는데 어디선가 부는 찬 바람의 쌀쌀함이 느껴지는 듯한 책이다.
7가지의 단편 중에서 기억에 남는 단편이 두 개 있다. 우선 "입동"에서는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가 나온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사망 보험금으로 대출을 갚고 이사를 가 새출발을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쉽게 그 돈을 쓰자고 말하지 못한다. 그 돈이 어떤 대가로 들어온 돈인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음을 추스르지도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도 고단해 보였다. 이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상실을 경험한 후에도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 채 다시 사회로 나가야 되는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함이 남았다.
다음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인 "노찬성과 에반"이다. 찬성은 몸이 불편한 노견 에반을 안락사시켜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주기 위해 돈을 모은다. 하지만 막상 돈이 생기자 어린 마음에 이것저것 자신이 원하던 물건들을 사게 된다. 결국 안락사에 필요한 돈은 모자르고 에반에게 해줄 말은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겠니?"뿐이다. 어린 찬성과 아픈 에반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착잡해진다. 이미 돈은 마련해 두었고 며칠만 기다렸다가 에반을 병원에 데려가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찬성은 알고 있으면서도 ‘에반이 하루쯤은 더 기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이것까지만은 해도 되지 않을까’ 하며 에반을 자꾸 미루게 된다. 지금 당장의 나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에 처음에 먹었던 마음은 결국 뒷전으로 치부된다. 알고 있으면서도 순간순간 다른 것에 마음이 쏠리고 결국 중요한 걸 놓쳐버리는 건 늘 그렇게 한순간이다. 그래서 이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
"주여 저를 용서하소서"
용서가 뭐야? 없던 일로 하자는 거야? 아님 잊어달라는 거야?
"그냥 한번 봐달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