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정체불명의 백색 전염병이 퍼져 사람들은 하나둘씩 시력을 잃기 시작한다. 정부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눈먼 사람들을 폐병원에 격리시키고 외부와 단절시킨다. 그곳에는 시력을 잃지 않은 단 한 사람 남편을 따라 자진해서 들어온 아내가 있었다.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그녀는 점점 무너져가는 집단 속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눈먼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다.
감상평
이 소설은 인물들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도둑’, ‘의사’, ‘색안경 쓴 여자’, ‘아이’ 등으로만 불린다. 모두가 보지 못하는 세계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 익명성이 생기니 인간성은 상실되고 부끄러움, 수치심의 감정은 결여된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옷은 의미를 잃고 사람들은 아무 데서나 배설하며 알지도 못하는 타인과 본능에 끌려 성행위를 한다. 질서는 무너지고 약육강식의 착취가 일상이 되며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혼돈 속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여자의 고통이 생생하게 그려져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독자인 내가 직접 목격하는 듯한 불편함과 불쾌함이 따라온다. 이 소설은 절망 속에서도 연대의 희망을 이야기 하지만 이게 이상적인 연대인가? 하는 의문이든다. 나에게는 누군가의 지극한 희생과 헌신 위에 겨우 유지되는 관계로 느껴졌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엇다고 생각해요,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이 문장이야말로 작가가 가장 하고싶었던 말이 아닐까 싶다. 다수가 볼 수 있는 세상임에도 정작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 채 살아간다.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는 부조리, 불평등에 눈을 감고.. 시력의 상실이 단순히 육체적인 "눈 멂"이 아니라 보고도 보지 않으려는 태도, 알고도 외면하는 무관심을 꼬집는거 같다. 우리는 진짜로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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