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용을 모르고 읽었을때 더 뜻 깊은 책이니, 궁금한 분들은 읽은 다음에 후기를 찾아보는 걸 추천합니다.
줄거리
이 책의 작가 룰루 밀러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지날때 무너진 삶 속에서 어떤 '질서'를 찾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그는 위기를 겪은 후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난 과학자 데이비드 조던의 일화를 듣게 되고 그의 생애에 관심을 갖게된다. 조던은 수많은 물고기를 발견해 이름을 붙이고 세계를 질서있게 정리하려고 했다. 학자로써 투철한 인생을 살던 그는 자연재해로 인해 30년동안 연구해왔던 표본들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조던은 포기하지 않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표본 하나하나를 다시 찾아 복구한다. 혼돈 속에서도 의미를 붙잡으려는 그의 투지가 룰루에게 삶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는 듯했다.
하지만 조던의 삶을 쫓을수록 그의 어두운 이면을 보게된다. 조던은 단지 물고기를 분류한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는 우생학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을 선별하고 차별하는 믿음을 퍼뜨린 사람이기도 했다. "더 나은 인류"를 만든다는 명목 아래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 조던을 보게 되고 그가 집착한 물고기 분류, 사실 "어류" 라는 범주조차 사실상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저 물속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이름 아래 모였을 뿐 실제로는 하나로 묶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세상을 완벽히 질서정연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 자체가 환상일 뿐 아니라 때로는 위험한 오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혼돈과 불확실성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룰루 밀러는 말한다. "물고기"라는 허상처럼,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많은 것들도 환상일 수 있다고.
진정한 삶이란 모든 것을 서둘러 정의하거나 분류하려 하지 않고 혼돈과 불확실성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된다고.
감상평
책을 펼쳐 데이비드라는 남자의 생애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이 책이 단순 소설인 줄 알았다.(자신의 이름 가운데 스타를 넣는다는게 진짜 되는 일인 줄 몰랐다.. 마치 안 바이러스 v3 철수 같은 느낌이였달까.) 읽으면서 다윈의 진화론, 생물 분류법이 나오기 시작하자 이 사람 실존 인물이였나 하는 의문이 들었고 검색해보니 정말 실존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데이비드의 생애를 읽으면서 지루함을 느끼던중 갑자기 투지를 가져야한다. 끈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에세이로 변하다가 어느새 데이비드가 제인을 죽였을까?하는 글을 읽고 있었다.. 이게 무슨 내용이지? 이제는 우생학의 개념까지 나온다. 열등한 유전자는 없애야한다는 미친 할아버지 데이비드..까지가 읽으면서 적은 솔직한 속마음이다. 그후로 밝혀지는 데이비드놈의 추태에 리뷰는 재쳐두고 일단 책을 끝까지 읽었다.
작가의 마지막 러브레터까지 읽고 난 뒤 느낀 점은 "행복해보이니 좋네요..." 하는 정도였다. 마지막 부분부터 에필로그까지 아내에 대한 사랑이 가득 전해져서 인생의 의미를 찾으신거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개로 전하고 하는 바는 알겠지만 사람들의 리뷰만큼 큰 감동을 받지는 못했다. 솔직히 좀 많이 지루했다... 억지로 읽었음. 아마 이미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중간 중간 생물학적 관점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다 배제하고 감상만 추려보았다.
책은 처음부터 혼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맑은 물에 흑탕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전체가 물들듯이 혼돈은 막을 수 없는 힘을 가진다. 열역학 제2법칙처럼 무질서는 줄어들지 않고 끊임없이 증가할 뿐이다. 지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한낱 순간에 불과하고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듣는다. 그때마다 묻는다. 그렇다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아무런 의미가 없는데 인간은 왜 살아가는 것일까?
이 부분을 읽고 낙관적 허무주의라는 말이 생각났다. 결국 인간은 죽는다! 그렇다면 중요한게 뭘까? 무엇이 중요할까?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에 인생을 걸어도 괜찮고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도 괜찮으며 그것이 자신을 즐겁게 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아버지에게 들었다면 작가가 쓴 이 책은 아마 반쯤 줄어들지 않았을까. 삶을 통째로 비틀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들이 조금은 덜 필요했을지도 모른다고...
책은 세상을 질서정연하게 분류하려 했던 한 인간이 오히려 더 큰 혼돈을 초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집착적인 범주화는 결국 우생학으로 이어졌고 우월한 존재가 있다고 믿으며 잘못된 이정표를 세웠다. 그 결과 그 기준에서 벗어난 이들은 배제되었고 상처 입었다. 저자 역시 이 범주화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자신의 성적 취향에 '이성애자'라는 이름표를 붙여 더 깊이 들여다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스스로 혼란에 빠지는 시기를 겪었다.
우생학은 다양성과 복잡성을 무시하고 인간을 우열로 나누려 했지만 그 누구도, 어떤 존재도, 단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될 수 없다. 작중에 나오는 애나와 메리의 이야기처럼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하고 열등해 보이는 존재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생명의 다양성은 그렇게 존재하고 그것은 어떤 틀이나 범주로 완벽히 포착될 수 없는 것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우리가 믿어온 분류와 정의들이 얼마나 허약한 허상 위에 세워져 있는지를 말해준다. 물에 산다는 이유로 하나의 이름 아래 묶인 물고기들처럼 세상의 복잡성과 다양성은 단순화될 수 없다. 우리가 이름 붙이는 순간 오히려 보지 못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완벽한 정의나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은 애초에 불완전하고 혼란스러운 것이니 우리는 그 혼돈 속에서 각자의 의미를 찾아 살아가면 된다.
++마음에 드는 문장들)
내가 물고기를 포기했을 때 나는, 마침내, 내가 줄곧 찾고 있었던 것을 얻었다. 나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약속을 얻었다. 내가 그 좋은 것들을 누릴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다. 내가 얻으려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다.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나는 바라는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일하고 그런 다음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 나아가 나는 일단 일어난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마음 졸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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